서 참의 이놈. 날 은근히 무시했것다. 내 굳이 널 시켜 네 집보다 난 집을 살 테다. 네깟놈이 천생 가쾌지 별거냐.
보여줄 테다. 복수할 테다. 너보다 난 사람이란 걸 증명할 테다. 나도 한다면 하는 놈이란 걸 알려줄 테다. 날 무시한 것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다. 오기를 부린다. 절치부심, 와신상담. 이를 갈고 담을 씹으며 나를 비웃은 이들에게 한 방 날려주고 보일 미소를 연습한다.
꼭 상자를 찾겠다며 눈을 희번덕이는 형돈이 형만의 이야기일까. 안경다리 고칠 값은 없지만 집을 살 예정인 안 초시만 그렇게 생각할까. 언젠가 연 25만 불 이상의 사장님이 될 테니 부자 증세는 안 된다는 배관공 조님에게만 해당하는 말일까.
내 삶이 어디로 향하는지 생각하며 살고 있나. 하루하루 고통을 무릅쓰고 실패를 이겨낸 후에 만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그 끝에서 만난 상자가 우리를 파멸시킬 걸 알면서도, '쥑이는' 손맛을 한 번 보기 위해 열어야만 한다면.
참의는 우선 미닫이를 닫고 눈을 부비고 초시를 들여다보았다. 안 초시는 벌써 아니요, 안 초시의 시체일 뿐이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무슨 약병 하나가 굴러져 있었다.
'무도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80421 13년의 토요일 (0) | 2018.05.20 |
---|---|
너의 길을 가자; 160326 웨딩싱어즈 (6) | 2016.03.31 |
동경이 도전을 만든다; 141004 라디오데이 (0) | 2014.12.23 |
탐욕; 130202 뱀파이어헌터 (0) | 2014.10.05 |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오; 140322 분노의 질주 (1) | 2014.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