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 형은 치열하잖아
병재 형이 식스맨이 되길 바랐었다. 무한도전은 이미 성공한 포맷이고 기성세대가 되었다. 무한도전이 상징하는 성공한 세상에 도전하는 병재 형의 찌질이 캐릭터가 재밌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광희가 식스맨에서 보여준 임시완에 대한 시기 질투의 캐릭터로는 이야깃거리가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웬걸, 광희는 병재 형보다 노오력 스토리를 더 잘 보여주고 있다. 형들을 무서워하지만 의존하고 싶고, PD님과 댓글 반응이 두려운 소심함. 그러면서도 자기는 당당하니까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허세까지. "치열함"의 모습으로 매주 흥미로운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막내의 치열한 생존투쟁이 성공에 익숙해진 형들이나 제작진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어느새 도전하는 게 아닌, 도전해야 할 프로그램이 되어 버린 무한도전을 신선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하지만 "치열함"만으로 광희가 살아남을 수는 없다. 랩 하는 정준하의 도전도 치열하다. 무도 멤버 모두에게 치열함은 기본이다. 광희에겐 황광희다운 또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다. 누구에게 "황광희입니다"라고 말하면 딱 떠오를 수 있는 이미지와 카피가 절실하다. 그러고 보니 "도지사입니다"라는 캐릭터를 구축하신 분이 있었다. 캐릭터가 있으니 기억에 남네. 잘 살고 계시겠지?
바둑에서 '미생'은 아직 살아있지 못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돌들의 집합을 말한다. 미생이 완생이 되기 위해선 완전한 두 집을 지어야한다. "치열함"으로 한 집을 짓고 있는 광희는 "황광희다움"으로 또다른 한 집을 지어야 한다. 아마 그것은 "무한도전스러움"도 "예능인스러움"도 아닌 참신하고 그다운 도전이 되겠지. 그의 도전이 성공하길 바란다. 응원한다 황광히! 잘하고 있다 황광히! 힘내라 황광히!
뱀발. 근데 나도 빨리 두 집을 지어야 하는데.
151226 물 위를 달리는 광희
160123 암벽을 오르는 광희
(형들 다 정준하네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