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마이너스 백 점! - 아이고 아쉽다.
선배 땡 탈락! - 아이고 더 아쉽네.
선배 플러스 백 점! - 아이고 의미 없다.
개그콘서트, 선배선배
개그콘서트 명훈이 형은 매번 의미 없다. 뭐라도 의미 있을 법한데, 그저 또 하! 또 하루 지나갈 뿐이다. 관심이 없어 의미 없다. 의미가 없으니 의욕도 없고 대충 한 끼 때우는 소리만 한다. 저 형 이야기가 왠지 요즘의 내 맘과 같다. 몰려오는 일들 속에 내가 뭐 하는지 모르겠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
벌써 2015년이다. 대학원은 기말고사로 학기를 마무리했다. 회사에서 일 년간 설계해 온 장비가 출시했다. 열심히 했는데, 지나고 보니 별 감흥이 없다. 하, 아이고 의미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어차피 죽는다. 한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한다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죽어야 할 운명이기 때문에 인생에 의미란 없지 않은가?
달라지는 게 없으니 의미가 없다. 열심히 산다고 안 죽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세상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그냥 똑같다.
명훈이 형이 백 점 받는다고 수지랑 사귈 게 아니다. 백 점짜리 조언해준다고 수지가 야구부 선배랑 사귀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달라질 것은 없다. 그냥 똑같다.
2014년 나는 어떤 의미를 만들었는가? 대학원과 일을 병행하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대학원에 등록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시험은 여전히 벼락치기였고 숙제는 하루 전에야 허겁지겁 제출만 했다. 늦기도 했다. 수업 후엔 술집에서 별 의미 없는 수다와 개똥철학만 만들다 말았다. 일은 꾸준히 했지만, 전문성을 기르진 못했다. 나 하나 열심히 일한다고 회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며, 나 하나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지도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이 눈에 띄지 않는 건 좋지만, 그냥 똑같다. 꿈꾸기 위한 블로그는 여지까지 유령 블로그나 다름없다. 인터넷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회의도 든다. 글이 나아지지도 않다. 이전과 다름없다. 닥쳐오는 숙제와 몰린 일들, 써야 할 글들을 해내기에는 의욕이 없다.
의미를 잃으면 실존적인 공허를 만난다. 사실 '실존적'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지금처럼 공부도 일도 연애도 하고 싶지 않은 무의욕의 상태를 말하는 것 아닐까? 공허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이 공허를 없애줄 재미난 것을 기다린다. 스펙터클이 필요하다.
성인 사회의 경우는 공허한 자기를 마비시키기 위하여 '돈', '폭력', '권력'의 세계에서 자극을 찾으려고 한다. 이와 같은 도피행각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며 삶의 목표와 이유를 상실한 채 세파에 자신을 내던진 행동으로서, 이는 일시적으로 공허한 자기를 마비시켜 주는 효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프랑클 양반은 본문에서 의미를 찾는 연습을 소개한다. 의미는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밖으로부터의 부름이다. 의미는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리고 가치를 찾기 위한 질문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날, 나이가 지긋한 한 개업의가 억울 증세에 시달리다가 프랑클의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그는 2년 전에 처와 사별하여 그 깊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아직 추스르지 못한 상태였다. 프랑클은 다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선생님 만약 선생님이 먼저 죽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러니까 부인이 선생님보다 장수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 의사는 말하였다.
"물론 처는 매우 괴로워할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프랑클은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부인의 죽음은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그런 괴로움에서 부인을 구제한 것은 결국 선생님인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 부인을 잃은 슬픔에 마음 아파하는 것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부인이 겪을지도 모를 괴로움을 선생님이 대신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노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사의 뜻으로 프랑클의 손을 잡고 나서 나갔다고 한다.
리프레이밍이다. 부인과의 사별로 인해 공허 속에 빠진 노 의사는 이 시련의 의미에 관해 묻는다. 프랑클 양반은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고통을 잊는 방법을 소개하지도, 아프니까 노년이라며 설픈 위로를 건네지도 않는다. 담담히 이 시련이 지금 당신에게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느끼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 답이 스스로 노 의사에게 다가온다.
모두에게 완자가, 네이버웹툰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의 내용이다. 완자 가족은 소방서 옆으로 이사한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사이렌에 시달린다. 다급한 통화 내용과 소음이 모두를 무섭게 한다. 이 상황에서 아버지는 한 마디로 가족의 생각을 바꾼다. 그 후로 사이렌이 고통스럽지 않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참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크게 변하고 깨달아야 의미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달리하는 것이다. 믿는 것이다. 의미는 새로운 눈을 구하는 자에게 온다. 우리는 어쨌거나 무언가를 믿고 산다. 적어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진 않을 거라고 믿고 산다.
그렇게 나에게 닥친 일들을 믿자. 내가 만들어 내는 것과 경험하는 것과 그 안에서 내가 갖는 자세를 믿자.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가치를 믿자. 그러면 그들이 의미 있는 내용으로 와서 내 삶을 채워줄 거다.
자기 몸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자기가 살아온 인생 그 자체와 시간 그 자체는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 장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반드시 의미 있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짧은 인생으로 끝났다 하여도 장수했던 사람보다도 훨씬 의미 있는 인생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자서전을 평가하는 기준은 페이지 수가 아니라 그 자서전에 담겨있는 내용에 있다.
뱀발: 명훈이 형은 매번 나를 웃게하는 의미 있는 사람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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