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 이 드라마는 12화 동안 달려온 게 아닐까.


억울한 누명으로 대중에게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 출연자는 자신의 하차를 예상한다. 앞으로 스케쥴 없을 거라며 매니저는 휴가를 보낸다. 혼자가 된 방에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잠든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상황을 이렇게 망쳐버린 건 오로지 나의 잘못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그때 좀 더 명확히 말했더라면, 그때 실수를 준비했더라면, 실현되지 못한 만약에 만약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이런 못난 나를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거라고 느낀다.


깜깜한 절망과 혼자 싸우고 있을 때, 나를 끌어주는 것은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다. 전능한 초월자나 광야의 초인이 구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옆에 같이 있었을 뿐이지만, 어느새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나를 일으킨다.


그러니까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건 무서운 게 아니다. 진짜로 무서운 건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고 떠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안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화내는 건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고 화내면 그게 진짜 무서운 거 아니냐"




*같이 듣는 노래 "커피소년;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프로듀사 OST)







당당도서관 7화, 다음 만화속세상


작년 6월에 만난 곽인근 작가.

대사도 해설도 적지만 캐릭터의 마음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심리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는 스토리를 만든다.


한창 재밌게 보던 그때, '멍텅구리배'라는 단어에 푹 찔렸다.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 괜찮다는 것.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남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포켓몬 스티커 모으듯이, 내일로 기차역 도장 찍듯이 갖추며 휩쓸려 살았다.


아마도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좀 멍청한 배이긴 하지만, 내 배는 내가 챙겨야 하니깐.



뱀 발.

악마의 텔링텔링 열매를 먹고 그린 당당도서관에서

가장 멋지고 최고였던 심리묘사는 건널목 장면이다.




당당도서관 13화, 다음 만화속세상





별이 빛나는 밤, 위키백과




난류(turbulent flow)는 층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무질서한 유체의 흐름을 말한다.

순간의 인상을 그린 고흐 양반에게 하늘은 무질서한 세계였을까?


관로를 지나는 유체는 레이놀즈수 2300을 임계로 층류와 난류를 구분한다.

레이놀즈수는 유체의 속도, 관로의 크기에 비례하고 유체의 점성에 반비례한다.

유체 흐름의 비선형성이 적은 층류는 공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장비는 대부분 난류 흐름이다. 제어가 안 된다.


층류로 강제하기 위해 작은 관로와 느린 속도를 사용한다면

느려터진 장비의 움직임에 사장님들 마음이 답답해 터져버리겠지.


세상은 느린 게 싫은가보다. 기다려주지 않고 답답해한다.

차곡차곡 선입선출하는 게 아니라, 뒷사람과 앞사람이 뒤엉켜 소용돌이친다.

그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같이 뛰어나서야 할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낙오하지 않기 위해.


그건 좀 짜증 나. 다른 것에 휩쓸리지 않는 나의 흐름을 만들면 좋겠다.

주류와 따로 떨어진 vortex 흐름처럼...

아, 그게 낙오하는 거랑 똑같은 건가. 그렇다면 자발적 낙오자인 정도로 치자.



뱀 발. 고흐 양반이 사랑한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부활을 상징한다던데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http://www.metmuseum.org



난류의 시각화,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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