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 이 드라마는 12화 동안 달려온 게 아닐까.
억울한 누명으로 대중에게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 출연자는 자신의 하차를 예상한다. 앞으로 스케쥴 없을 거라며 매니저는 휴가를 보낸다. 혼자가 된 방에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잠든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상황을 이렇게 망쳐버린 건 오로지 나의 잘못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그때 좀 더 명확히 말했더라면, 그때 실수를 준비했더라면, 실현되지 못한 만약에 만약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이런 못난 나를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거라고 느낀다.
깜깜한 절망과 혼자 싸우고 있을 때, 나를 끌어주는 것은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다. 전능한 초월자나 광야의 초인이 구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옆에 같이 있었을 뿐이지만, 어느새 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나를 일으킨다.
그러니까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건 무서운 게 아니다. 진짜로 무서운 건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고 떠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안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화내는 건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고 화내면 그게 진짜 무서운 거 아니냐"
*같이 듣는 노래 "커피소년;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프로듀사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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