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의도를 아는게 중요할까? 그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생각하고 그에 따라 너의 입장을 정하는게 먼저이지 않을까?"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후로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는 일이 적어졌다. 의도를 알려하기보단 결과를 두고 판단하고자 하는 자세가 생겼다. 학교를 다닐 때에 비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심해진다. 처세로서는 좋을지도 모르나, 조금 비정하다. 어렸을 적에는 어떻게 생각했고 행동했었는지 기억이 흐리다. 어린 왕자에게 비추어 볼 수 있을까.
"오억의 별들을 가지고 뭘 하는거지?""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 개야. 나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정확한 사람이지."
"그 별들 가지고 뭘 하는 거야?"
"뭘 하느냐고?"
"그래"
"아무것도 하는 것 없어.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지."
"별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그래"
"하지만 내가 전에 본 어떤 왕은..."
"왕은 소유하지 않아. 그들은 '다스리지.' 그건 아주 다른 얘기야."
"그럼 그 별들을 소유하는 게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 돼?"
"부자가 되는 거지."
"부자가 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다른 별들이 발견되면 그걸 사는 데 소용되지."
'이 사람도 그 술꾼처럼 말하고 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질문을 계속했다.
"별들을 어떻게 소유한담?"
"별들이 누구 거지?" 투덜대듯이 실업가가 되물었다.
"모르겠는걸. 그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
"그러니까 내 것이지.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러면 아저씨 것이 되는 거야?"
"물론이지.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는 그걸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지. 임자가 없는 섬을 네가 발견하면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고. 네가 어떤 좋은 생각을 제일 먼저 해냈으면 특허를 받아야 해. 그럼 그것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별들을 소유하고 있는 거야. 나보다 먼저 그것들을 소유할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
"그렇네. 아저씨는 별들을 가지고 뭘 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들을 관리하지. 세어 보고 또 세어 보고 하지. 그건 힘든 일이야. 하지만 나는 진지한 사람이거든!"
실업가(혹은 사업가) 아저씨에게 중요한 것은 별들을 '소유'한다는 결과다. 소유해서 무얼할 것인지, 왜 소유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걸까? 그에게 별은 단순히 소유를 선언하는 거나, 돈을 지불하고 갖는 것이다. 이러한 소유가 그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억 개도 넘도록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별들이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별 쓸모도 없는 물건들을 집안에 잔뜩 쌓아놓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아주 긴 시간을 시달리다가 수십년 뒤 허비한 세월을 후회하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한다. 내가 살아온 삶이 그러한 의미없는 소유를 위한 것이라면 많이 슬플 것이다.
"수백만 개의 별들 속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거지?"
어린 왕자는 하나의 별을 소유하고 있다. 그 별에서 그는 세 개의 화산을 관리하고 바오밥나무 싹을 뽑는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있는 가시가 난 장미와 이야기하고, 슬플 때는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별을 사랑한다.
하나의 별, 하나의 장미, 여우, 양... 의미있는 소유는 자신이 관리하고 책임져야하는 것이 아닐까. 소유는 결과가 아니다. 시간을 두고 길들이거나, 길들여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금더 사람에 대해 시간을 들이고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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